: 로마(2018, 알폰소 쿠아론) @상상마당 모리님께. 일주일만에 첫 편지를 보냅니다.[1] 그날, 집에 돌아와 함께사는 친구에게 오늘 극장에서 되게 오랜만에 졸았다고 말했더니 가볍게 웃고나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근데 극장에서 자는 거 은근히 기분좋지 않아? 어렴풋한 빛에 깨잖아. 되게 기분좋게 일어나져.” 맞아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마도 “어렴풋한 빛”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인지, 그 순간 마음 속에 그날…더
생성과 소멸
오늘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에서 씨닷과 청년허브가 준비한 ‘생성과 소멸’ 세션에 가서 ‘그만 두려다가 다시 시작한 BIYN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우리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게 늘 신기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 “기본소득 말하기 다시 기본소득 말하기”라는 책으로 나와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향적인 제3섹터의 조직이 맞이하는 마지막은 한계점인 동시에 최선의 성취가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더
[에세이] 불완전한 엄마의 딸
엄마랑 같은 반이었다면 우린 정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가끔 생각했다. 엄마랑 싸우거나 어쩐지 날카로운 분위기가 며칠 째 계속될 때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엄마는 좋은 사람이니까. 우리가 친구였다면 얼마나 속깊은 이야기들을 나눴을까. 자신의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나눌 수 있다는 데서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을거야. 나는 엄마가 연락하면 기쁘게 달려갔을 거야. 하지만 나는 가끔씩…더
눈부신 평등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
어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선거캠프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 다녀왔습니다. 캠프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정책 토크 ‘서울, 기본소득, 시작’이 있었거든요. 정책안의 요지는 ‘재산세’(토지, 건축물, 주택, 항공, 선박 등에 부여되는 지방세)의 표준세율을 올리고 이 돈으로 월 10만원의 청년 기본소득을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토지에 기반한 공유재 시민배당 같은 인상을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추가로 걷어 그…더
[에세이]취약성을 SNS에서 드러내기
친구들에게 나는 꽤 헤비한 SNS 유저로 보이는 모양이다. 스스로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바로 이 점이 정말로 헤비 유저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할 수록 자극은 점차 줄어들고 당연해져서 스스로는 한 발만 담그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법이니까.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일년에 극장에서 영화를 백 편 가까이 보고도 자신이 시네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전력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