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모레 집에서 멀지 않은 극장에서 조조로 영화를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가볍게 답하고 보니 저녁에 모처럼 영화 약속을 이미 잡은 날이었다. 내가 지난 해 극장에서 본 영화는 총 다섯 편이다. 그런데, 하루에 영화 두 편. 그것도 여성 원탑 주인공인 영화로만.
나는 작은 우연으로부터 의미를 건져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오전에는 소공녀(전고운, 2017)를, 저녁에는 레이디 버드(그레타 거윅, 2017)를 연달아보게 되니 두 영화가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것 같았다. 방황하던 현대 여성이 자신의 자리를 찾는 여성 성장물 아닐까. 극장에 두 차례 들어갔다 나와 보니 완전히 틀린 예측이었다. 우선 두 영화는 아주 달랐고,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반성을 딛고 성장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